운전대를 잡은 버스 기사의 눈이 스르륵 감기더니 고개마저 제대로 가누지 못합니다.
급기야 정지신호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는 그대로 건널목으로 돌진합니다.
[사고 목격 시민 : 여자분은 붕 떠서 버스 밑으로 들어가서 사망하셨고, (다른 분은) 건널목에 쓰러졌는데 의식은 있으셨대요.]
버스와 부딪친 60대 할머니가 현장에서 숨졌고, 또 다른 70대 할머니도 크게 다쳤습니다.
할머니들은 이른 아침, 인근 초등학교에 교통 봉사를 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사고 현장입니다.
버스는 이곳에서 길을 건너던 시민 2명을 잇달아 치고, 10m가량을 더 달리고 난 뒤에야 겨우 멈췄습니다.
기사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이 사고를 불렀다고 주장합니다.
하루 18시간씩 이틀 이상 일해야 하는 근무 여건이 운전자들을 졸음운전으로 내몰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사고 당일 해당 버스 기사 역시 18시간씩 사흘 연속 근무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동료 버스 기사 : 운행 시간은 16시간인데, 햇볕 따뜻할 때는 그냥 자요. 거의 끔뻑끔뻑 졸고 물 먹고 신호등 걸려있을 때는 나와서 움직이고요.]
지난 경부고속도로 버스 사고 이후 정부가 광역버스 기사들의 의무 휴식시간을 2시간 더 늘리는 등 개선책을 쏟아냈지만, 시내버스는 아직 사각지대입니다.
버스 회사는 해당 기사의 버스 운행을 중단시키고, 운행 체계 문제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버스 회사 관계자 : 사고가 난 부분에 대해서 보고도 못 드렸고, 지시를 받고 (징계 조치)해야 하니깐….]
경찰은 50대 버스 기사 남 모 씨를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고된 근무에 도심을 달리는 시내버스 기사들이 졸음운전에 내몰리면서, 시민들의 안전도 함께 위협받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차정윤
촬영기자: 김세호
자막뉴스 제작: 박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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